150905 : 오늘의 생각
빈수레가 요란하다.
가끔 잘 쓰는 비유법 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쩜 이렇게 잘 맞을 수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빈수레가 요란하다'도 그 중 하나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짜 빈 수레가 요란하기 때문이다. 박스 속에 캔 하나가 들어있다. 그럼 이리 치여도 짤랑 저리 치여도 짤랑
소리가 나지만
박스 속에 캔이 꽉 차있으면 아무리 차고 던져도
짤그랑 하고 소리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 꼭 있는 사람 중에 하나가
빈요타입이다.
~ 알아? ~가 말야, 몰라? 헐.. ~란 말야
내가 알아야 하나.. 모를 수도 있지
애초에 '상식'이라는 건
어떤 카테고리에 있냐에 따라서 그 폭이 넓으니 말이다.
이른바 가르쳐주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은
옆에만 가도 진저리가 난다.
충고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지.. 유명한 영국 학자 중에 한명이었는데
난 한국사람이니 몰라도 되겠지?
충고란 내 입만 아픈 블라블라일뿐
말하는 칼로리의 소비나 듣는 칼로리의 소비나 아깝지 않나!
이런 이유로 난 사적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하는 밀폐된 공간에 있는 걸 싫어한다.
예를 들면, 택시
아무리 힘들어도 걷고 버스를 몇번 환승하는 게 낫지
굳이 내 돈을 주고 거리를 단축하는 만큼
붕어똥처럼 따라 다니는 기사님들의 이타적인 '사서 걱정해주기'는 필요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젊은이, 여성, 미혼 이라는 한국의 약자계층의 교집합에 있다 보면
운전대를 쥐고 있는 중장년, 남성, 기혼 이라는 천상천하유아독존st 기사님들을
두려워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의 신장이 그들보다 한뼘이나 크거나 덩치가 양쪽으로 한뼘씩 벌어져 있는 남성이라면
과연 그랬을까? 하고 '만약'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상상을 해보기 마련이다.
까도 내가 까.
내 걱정은 충분히 내가 하고 있으니 우리 서로의 열량을 소비하지 맙시다.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소리내어 웃었더니
책을 읽는 다는 행위는 어찌나 사적이고 비밀스러운지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내 머릿속에 어떤 모험과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 앙큼하지 않은가!!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몸의 일기'에서 화자는 지루한 회의 중 하품이 만들어 내는 연쇄작용을 보고
짜릿해 하던 대목이 생각났다.
적이 나타났다고 말을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 봉화에 불을 지펴
땅끝에서 한성까지 소식을 전달했던 선조들과 달리
슝~ 하고 내 손안에 봉화를 들고 다니는 걸 알면 얼마나 어이없어 할까
이렇게나 인간의 문명이란 게 진화했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남의 하품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하암 하고 하품을 할 수 밖에 없다니
얼마나 몸에 묶여 있는 삶인지..
길을 걷다 치렁치렁한 내 머리를 보면서도 그 생각을 했다
없었던 굴곡을 만들 수도 있으며
심지어 커진 걸 줄이기도 하고
작은 걸 다시 키우기도 하면서
완벽의 미를 추구하면서
아직도 당신에게 어울리는 머리는 이것입니다!!!! 하고 말해 줄수 있는 장치는 없다니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문명의 진화이다.
거울 하나만 비추어봐도
삐리리리리
당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은 이거입니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원피스는 그게 아니니 절대 사지마세요
하고 알려줄 수만 있어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루에 적어도 30분 정도 아니 1시간 넘게는 서너시간이
충분히 절약이 될텐데
알고보면 이런 기계도 개발되었는데
미국 헤어스타일리스트 협회에서 막대한 로비로
기술을 숨기고 있다거나 하는 그런 뒷작업이 있는 것인가!!!!!!
대학교 시절
정말 좋아했던 서양사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있었다
서양의 화려한 건물들 동양의 아름다운 도자기, 그림들을 보며
어쩜, 예전 선인들은 이렇게 미적인 감각이 있었는지
하고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하자
특유의 낮게 읊조리는 래피스트 같은 말투로
'생각해보세요, 그때 컴퓨터가 있었나요 티비가 있었나요. 하다못해 인쇄술도 발달하기 전이라 책도 없었어요
일어나서 눈뜨면 하루종일 하는 일이 라고는 도자기 굽고 그림 그리고 하는 거 아니었겠어요?
만들다가 맘에 안들면 에이씌 하고 깨버리고 다시 만들고, 그리다가 마음에 안들면 에이씌 하고 찢고 다시 그리고
그러다 얻어 걸리는 거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다 똑같습니다. 다만 그들에겐 우리보다 시간이 더 많고 할게 없었다는 것 뿐?'
한창 고대문화사를 배우며 애국심 ,, 뭐 애국심이라기 보다는 애신라심, 애백제심이 하늘을 치솓던 때라
'아니 어쩜 교수란 사람이 저렇게 본인의 선조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야'
하고 강의평가에서 소심하게
3점을 주는 작은 반항을 했었는데
지금의 내가 되어 그때를 생각해보면
차암 맞는 말 하셨어요 하고 하이파이브~ 하면서 손을 마주치고 싶을 정도이다.
맞아요
시간이란 건 내거라서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걱정해줘도 필요없고
챙겨준다고 해서 챙겨지지도 않는 거죠
이렇게 내가 오늘도
며칠 뒤면 잊혀질 것들을 적어두는
내 시간 죽이기를 하는 것도 나에게 있는
내가 나를 초 분 시간 단위로
죽이게 하는 것도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 같네요
가을인데
덥다
에이